공룡은 왜 그렇게 커졌을까? — 거대화의 두 가지 진화 전략
용각류와 수각류는 완전히 다른 경로로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육상동물이 되었다 —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흥미롭다.
어렸을 때 공룡 책을 처음 펼쳤을 때의 그 충격을 기억하는가. 단순히 "크다"는 말로는 부족한, 생물학적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 규모.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목 길이만으로도 현대 기린 다섯 마리를 쌓아올린 것과 맞먹고, 티라노사우루스의 한 발 크기는 성인 남성이 눕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짜 이상한 건 그 크기 자체가 아니라 왜 그렇게 커질 수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오늘날 지구에는 코끼리도 있고 기린도 있지만, 백악기 용각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생대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놀라운 것은, 공룡이 하나의 방식으로 커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긴 목의 초식공룡(용각류)과 사납고 날카로운 육식공룡(수각류)은 서로 전혀 다른 생리적 전략으로 거대화를 달성했다. 같은 목적지에 도달했지만, 걸어온 길이 완전히 달랐다 [1, 2].
용각류의 거대화: 진화의 연쇄 반응
용각류 — 브라키오사우루스, 아르헨티노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같은 긴 목의 초식공룡들 — 는 단순히 크기만 한 게 아니었다. 몸길이 최대 40미터, 체중 70톤 이상. 현재까지 알려진 육상동물 중 가장 거대한 존재들이다 [3].
이 거대한 몸집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연구자들은 이를 "진화적 연쇄 모델(Evolutionary Cascade Model)"로 설명한다. 하나의 특성이 생기면, 그 특성이 다음 특성의 선택압을 만들고, 또 그것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다 [4].
첫 번째 도미노는 긴 목이었다.
목이 길어지자 용각류는 다른 초식동물들이 도달할 수 없는 높이의 식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먹이 섭취 범위(feeding envelope)를 극적으로 확장시켰다. 한 자리에 서서 목만 움직여 광범위한 식물을 먹을 수 있으니, 이동에 드는 에너지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5].
그런데 긴 목을 가지려면 머리가 작아야 했다. 무거운 머리를 수십 미터 높이에서 지탱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용각류는 음식을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방식을 택했다. 이빨은 단순한 갈퀴처럼 진화해 식물을 훑어 모으는 역할만 했다. 씹는 일은 위장에 맡겼다.
씹지 않아도 되니 머리가 작아졌고, 머리가 작아지니 목이 길어질 수 있었다. 목이 길어지니 먹이가 풍부해졌고, 먹이가 풍부하니 몸이 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몸이 커질수록 뼈가 무거워지고, 무거운 뼈는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용각류는 여기서 또 하나의 혁신적 해결책을 찾아냈다: 조류형 호흡계(avian-style respiratory system)다 [4].
현대 새들의 뼈 내부를 보면 속이 비어 있다. 공기주머니(air sac)가 뼈 안으로 뻗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용각류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진화시켰다. 뼈 내부가 구멍투성이 초콜릿처럼 가벼운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6]. 그 결과, 무게를 줄이면서도 구조적 강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공기주머니 시스템은 호흡 효율도 극적으로 높였다. 현대 조류처럼 일방향 공기 흐름(unidirectional airflow)을 가능하게 해, 같은 호흡으로 훨씬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할 수 있었다 [4]. 거대한 몸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효율적인 호흡계가 그것을 뒷받침했다.
번식 전략도 결정적이었다. 용각류는 알을 낳아 새끼를 길렀다. 그 덕에 어미는 새끼를 직접 키우는 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계속 성장하는 데 자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어린 용각류 중 살아남아 성체가 되는 비율은 극히 낮았지만, 그 소수만이 살아남아 거대한 크기에 도달했다 [5, 7].
수각류의 거대화: 포식자의 논리
수각류 — 티라노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기가노토사우루스 같은 육식공룡들 — 는 전혀 다른 이유로 커졌다. 이들에게 크기는 생존과 포식의 도구였다 [1].
기가노토사우루스 카롤리니(Giganotosaurus carolinii)를 보자. 몸길이 약 12-13미터, 무게 7-8톤. 백악기 남아메리카를 지배했던 이 포식자는 특유의 골격 형태를 가졌다. 두개골의 독특한 능선 구조, 강력한 경추(목 척추), 그리고 톱날 같은 이빨. 이 모든 것이 대형 먹잇감을 사냥하도록 최적화되어 있었다 [1, 8].
수각류 거대화의 핵심은 뼈 구조에 있다. 섬유층판골(fibro-lamellar bone) — 현대 새나 포유류의 뼈 조직과 유사한 구조 — 이 빠른 성장과 높은 강도를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 [9]. 천천히 자라는 파충류와 달리, 대형 수각류는 빠른 속도로 거대한 몸집에 도달했다.
흥미로운 것은 수각류 내에서도 거대화 전략이 계통에 따라 달랐다는 점이다. 2025년 연구에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류는 근육량과 교합력(bite force)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두개골에 높은 구조적 스트레스가 걸렸다. 반면 메갈로사우루스류와 알로사우루스류는 두개골 스트레스를 낮게 유지하는 설계를 택했다 [10].
알로사우루스의 경우를 보면 더욱 흥미롭다. 이 공룡의 이빨은 얇고 날카로운 칼날 모양이었으며, 두개골은 매우 유연해 큰 힘을 견딜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알로사우루스가 먹잇감을 마치 손도끼처럼 강타하거나, 큰 고양잇과 동물처럼 발톱으로 제압하는 복합적 사냥 전략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11]. 거대한 용각류의 시체도 중요한 식량원이었다 — 그 에너지를 독점하기 위해 몸집이 커지는 방향으로 선택압이 작용했다 [12].
그림 1. 공룡 거대화 연구의 방법론적 체계 및 주요 진화적 적응 기전. 수각류와 용각류 등 주요 공룡 분류군은 골학적 특성, 조류형 호흡 시스템, 그리고 고환경적 요인에 대한 생리학적 적응을 통해 서로 다른 경로로 거대화를 달성하였다. 특히 섬유판상골(Fibro-lamellar bone)의 급속 성장과 기낭을 통한 대사 효율 증대는 에너지 비례 법칙과 거대 항온성(Gigantothermy)의 이점을 극대화하였으며, 이는 Westneat의 진화 연쇄 모델에 따른 순차적 형질 발현 및 번식 전략의 변화와 결합되어 중생대 생태계 내 압도적인 생물량 확보를 가능케 한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거대화를 가능하게 한 환경: 중생대라는 특별한 무대
이 모든 거대화는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중생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트라이아스기 말, 약 1억 8,000만 년 전에 급격한 기후 온난화가 발생했다. 국제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후 변화가 용각류의 폭발적 진화를 촉진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3]. 기온이 오르면서 식물의 종류가 바뀌었고, 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던 계통이 살아남아 번성했다.
대기 환경도 달랐다. 백악기의 CO₂ 농도는 현재의 3-6배에 달했고, 이는 식물의 성장을 극적으로 촉진시켰다. 초식공룡의 먹이가 풍부해지고, 그것을 먹고 자란 초식공룡을 사냥하는 육식공룡도 함께 커졌다 [13]. 공룡 생태계는 오늘날의 아프리카 사바나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생물량(biomass)을 지탱하고 있었다 — 연구자들은 당시 공룡 생태계가 현대 생태계보다 최대 22배 많은 초식동물 생물량을 지원할 수 있었다고 추정한다 [12].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요인은 거대화가 열적 이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거대온도조절(gigantothermy)"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 — 몸이 클수록 체온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2]. 오늘날 코끼리가 열을 발산하기 위해 큰 귀를 흔들고 진흙 목욕을 하는 것처럼, 대형 공룡들도 자신만의 체온 조절 전략이 있었을 것이다.
현대 동물과의 비교: 왜 지금은 없는가
그렇다면 왜 오늘날에는 이런 거대한 육상동물이 없을까?
현대의 대형 동물들 — 코끼리, 기린, 고래 — 은 분명히 크지만, 용각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진화적 제약(evolutionary constraints)의 차이에 있다 [14].
포유류는 새끼를 직접 낳고 젖을 먹여 기른다. 이 전략은 새끼 생존률이 높지만, 부모의 에너지를 양육에 쏟아붓는 구조다. 반면 공룡은 알을 낳고 그 에너지를 자신의 성장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에 용각류 부모가 성체 크기를 키울 동안, 포유류 부모는 새끼를 돌봐야 했다 [7].
현대의 고래들은 해양 환경의 부력 덕에 거대화가 가능했고, 플랑크톤이라는 풍부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육상에서 이 수준의 거대함은 다시 오기 어렵다. 중생대의 독특한 조건 — 풍부한 식물, 포식 압력의 특수한 구조, 공기주머니 뼈라는 진화적 혁신 — 은 한 번 사라진 뒤 그대로 반복되지 않았다 [15].
식성의 재발견: 육식공룡이 채식을 했다면?
최근 연구들이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수각류가 모두 순수한 육식동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르니토미모사우루스류(타조를 닮은 공룡), 오비랍토로사우루스류, 테리지노사우루스류는 잡식성 또는 초식성이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가장 큰 육식공룡 못지않게 거대했다 [16]. 왜 식물을 먹는 수각류가 그렇게 커졌을까?
단순히 체격이 커지는 진화적 경향(Cope's Rule)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수각류가 초식으로 전환하면서 열리는 새로운 생태적 틈새(ecological niche)가 대형화와 맞물렸을 가능성이 높다 [16, 17]. 이것은 공룡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발견이다.
논의: 우리는 아직 무엇을 모르는가
사실 공룡 거대화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다.
성장의 속도인가, 기간인가?
2023년 Science에 발표된 D'Emic 등의 연구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었다. 이전에는 "더 크게 자라려면 더 빨리 자랐을 것"이라는 직관적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약 80개의 공룡 뼈에서 수백 개의 성장선(나이테와 같은 구조)을 분석한 결과, 거대화는 성장 속도의 증가만큼이나 성장 기간의 연장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18]. 일부 거대한 공룡은 악어보다도 느리게 자랐다. 빠른 성장 없이도 거대함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공룡학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의 체크기 진화를 지배하는 일반 원칙에 대한 우리의 가정 전체를 재고하게 만드는 발견이다.
진화적 연쇄가 반복될 수 있을까?
용각류의 거대화를 설명하는 진화적 연쇄 모델(ECM)은 설득력이 높다. 하지만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한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용각류는 포유류의 최대 체질량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독립적으로 진화한 사례가 1억 년에 걸쳐 무려 30회 이상에 달했다 [19]. 그런데 그 모든 경우에 동일한 조건이 갖춰졌을까? 아니면 서로 다른 경로가 비슷한 결과를 낳은 것일까?
이 질문이 무게를 갖는 이유는, 만약 조건만 맞는다면 지구 어딘가에서 다시 거대한 육상동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개골 응력의 딜레마
수각류 거대화 연구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긴장이 있다. 2025년 Rowe & Rayfield의 연구는 티라노사우루스류가 높은 두개골 응력(skull stress)을 감수하면서도 교합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10].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더 강한 포식력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부상 위험도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이 "고위험·고수익" 전략이 선택되었을까? 연구팀은 백악기 말 공존했던 소형 수각류와 거대 악어형 파충류와의 경쟁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류가 이 틈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10]. 생태적 경쟁이 해부학적 선택을 강제한 셈이다.
공룡 거대화가 제시하는 더 넓은 교훈
마지막으로, 공룡 거대화 연구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공룡들이 거대해진 중생대는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CO₂ 농도와 온난한 기후가 특징이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현재의 온난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래의 생태계에서 체격 분포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는 데 공룡 생태계가 유용한 비교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20]. 기후가 체격의 진화 방향을 결정하는 힘이 있다는 것 — 그것만큼은 공룡이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공룡처럼 거대한 동물의 재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대화를 이해하는 것은 과거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 진화 과정 자체의 보편적 원리를 파악하는 열쇠가 된다 [21].
그림 2. 백악기 최대 육상 포식자 중 하나인 기가노토사우루스는 특유의 두개골 형태와 섬유층판골 구조로 거대화를 달성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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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Lungu, S. (2024). A Beginner's Guide to Theropods, Part 3: Giant Killers and Lesser Tyrants. Snoqap. https://www.snoqap.com/posts/2024/4/3/a-beginners-guide-to-theropods-part-3-giant-killers-and-lesser-tyrants
[12] Pahl, C. C., & Ruedas, L. A. (2023). Big boned: How fat storage and other adaptations influenced large theropod foraging ecology. PLOS ONE, 18(11), e0290459.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90459
[13] Science World. (2015). How Did Dinosaurs Get So Big?! Science World Canada. https://www.scienceworld.ca/stories/how-did-dinosaurs-get-so-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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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Park, W. (2023). Why giant prehistoric animals got smaller. BBC Future. https://www.bbc.com/future/article/20230123-why-prehistoric-giant-animals-got-sma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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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Understanding Evolution. (2023). How did dinos get so big…and so little? UC Museum of Paleontology. https://evolution.berkeley.edu/evo-news/how-did-dinos-get-so-big-and-so-little/
[18] D'Emic, M. D., O'Connor, P. M., Sombathy, R. S., Cerda, I., Pascucci, T. R., Varricchio, D., Pol, D., Dave, A., Coria, R. A., & Curry Rogers, K. A. (2023). Developmental strategies underlying gigantism and miniaturization in non-avialan theropod dinosaurs. Science, 379(6634), 811–814. https://doi.org/10.1126/science.adc8714
[19] D'Emic, M. D. (2023). The evolution of maximum terrestrial body mass in sauropod dinosaurs. Current Biology, 33(9), R349–R350. https://doi.org/10.1016/j.cub.2023.02.067
[20] Schwaller, F. (2024). Why big animals are getting smaller. Deutsche Welle (DW). https://www.dw.com/en/why-big-animals-got-smaller-even-before-climate-change/a-68011736
[21] Vermeij, G. J. (2016). Gigantism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History of Life. PLOS ONE, 11(1), e0146092.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46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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