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에서 직접 만드는 CAR T 세포 치료제 — 암과 자가면역질환의 판도를 바꿀 기술
복잡한 세포 공장이 사라지고, 주사 한 방으로 내 몸 안의 T 세포가 직접 전투원으로 변신한다 — 이 한 문장이 면역항암 치료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CAR-T 세포 치료(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therapy)는 이미 현실이다. 환자 몸에서 T 세포를 꺼내고, 연구실에서 유전자를 편집하고, 다시 배양해서 주입한다.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들이 혈액암 환자들에게 쓰이고 있고, 12년 전 치료받은 백혈병 환자 두 명이 지금도 완전 관해 상태라는 보고도 나왔다 [1, 2].
그런데 최근 과학계가 훨씬 대담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굳이 세포를 꺼낼 필요가 있을까?" 체외에서 T 세포를 조작하는 기존 방식은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제조 기간이 수 주에 달하며, GMP(우수 제조 관리 기준)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접근성의 문제가 명확하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체내(in vivo) CAR-T 세포 생성 전략이다 [1, 3].
CAR-T 세포란 무엇인가 — 면역세포를 군인으로 만드는 기술
CAR-T 치료의 작동 원리부터 짚어보자. T 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다. 평소에도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감시하고 제거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T 세포가 암세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가면역 질환에서처럼 엉뚱한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경우가 생긴다.
CAR-T 치료는 이 T 세포를 유전공학적으로 개조해서 특정 항원을 훨씬 정밀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CAR, 즉 키메라 항원 수용체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항원을 직접 인식하는 단일사슬가변단편(scFv), T 세포 활성화를 강화하는 공자극 도메인(costimulatory domain), 그리고 실제 면역 반응을 점화시키는 CD3 신호 도메인이다 [1, 4]. 마치 특수 부대원에게 특정 적을 식별하는 야간 투시 고글과 지도를 동시에 쥐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이 치료는 특히 CD19 항원을 표적으로 삼는 혈액암 — 백혈병, 림프종 — 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고형암(폐암, 위암, 유방암 등)에 적용하기가 여전히 어렵고, 제조 비용이 수억 원에 달한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1, 6].
왜 '체내 생성'인가 — 기존 방식의 한계와 새 돌파구
기존 ex vivo(체외) CAR-T 치료를 상상해보자. 환자 혈액에서 T 세포를 채취(성분채혈)하고, 냉동 상태로 전용 제조시설까지 운반하고, 수 주에 걸쳐 유전자를 편집·배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이 과정이 이른바 '정맥에서 정맥까지(vein-to-vein)' 시간으로, 짧아도 4주, 길면 그 이상이다 [2, 7].
암 환자에게 4주는 치명적으로 길 수 있다. 병이 진행되거나 체력이 급격히 악화되어 치료 기회를 잃는 일도 실제로 일어난다. 비용 문제도 있다. 한 환자 맞춤형 CAR-T 치료제 가격이 수십만 달러에 달해, 사실상 선진국의 일부 환자들에게만 현실적으로 허용된다 [3].
in vivo 방식은 이 전 과정을 통째로 건너뛴다. 유전 정보를 담은 물질 — 주로 mRNA — 을 나노입자에 실어 정맥 주사로 투여하면, 그 나노입자가 혈액을 순환하다가 T 세포를 직접 찾아가 CAR 설계도를 전달한다. T 세포가 체내에서 알아서 CAR를 발현하고, 표적을 사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3, 8].
2025년 Science 지에는 이 접근법의 중요한 개념 증명 결과가 실렸다. Hunter 등 연구팀은 CD8+ T 세포를 특이적으로 표적하는 tLNP(targeted lipid nanoparticle, 표적 지질 나노입자)에 anti-CD19 CAR mRNA를 탑재해 투여했다. 인간화 마우스 모델에서는 종양 억제 효과가 확인되었고, 붉은털원숭이(cynomolgus monkey) 모델에서는 B 세포 고갈과 함께 면역계 '리셋'에 해당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9].
그림 1. 생체 내(In vivo) CAR T 세포 생성 플랫폼의 기술적 기전 및 질환별 임상 적용 체계도. 전통적인 체외(Ex vivo)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생체 내(In vivo) CAR T 세포 생성 플랫폼의 기술적 기전 및 임상 적용 체계를 도해함. 표적 지질 나노입자(tLNP) 및 바이러스 벡터를 매개체로 하여 modified mRNA 또는 DNA를 T 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함으로써 항원 인식용 scFv와 세포 신호 전달 도메인을 포함한 CAR 발현을 직접 유도함. 이를 통해 복잡한 GMP 제조 공정 생략 및 치료 소요 시간의 획기적 단축을 실현하여 외래 투여 기반의 의료 접근성을 극대화함. 또한 혈액암 및 고형암의 정밀 타격뿐만 아니라, 자가반응성 B 세포 제거를 통한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 등 자가면역 질환의 면역 관용 회복 기전까지 포괄적으로 제시함.
유전자 전달 기술의 진화 — 나노입자와 바이러스 벡터
체내 CAR-T 생성의 핵심은 결국 유전 물질을 T 세포에 얼마나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다. 현재 주요 전달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다.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s, LNP): 코로나19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을 통해 대중에게도 친숙해진 기술이다. LNP는 mRNA를 지질막으로 감싸 혈액 내 분해를 막고 세포 안으로 전달한다. 표면에 항체나 단백질 결합체를 붙이면 특정 세포(예: CD8+ T 세포)를 우선적으로 표적할 수 있다. mRNA 기반이기 때문에 CAR 발현이 일시적이며, 이는 오히려 자가면역 치료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4, 8].
렌티바이러스·AAV 벡터: 바이러스를 안전하게 개조해 유전자 운반체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는 세포 침투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달 효율이 높다. 다만 면역 반응을 유발할 위험이 있고, 렌티바이러스의 경우 유전체에 영구 삽입되므로 삽입 돌연변이 가능성을 장기 모니터링해야 한다 [8, 7].
최근에는 비바이러스 DNA 기반 LNP 전달도 주목받는다. 2025년 네덜란드 연구팀은 CD7/CD3 이중 표적 tLNP에 미니서클 DNA와 트랜스포사제 mRNA를 함께 탑재해, 외부 활성화 없이도 T 세포에 안정적으로 CAR 유전자를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7]. 이 방식은 지속적 발현이 가능해 종양 치료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암 치료에서의 가능성 — 고형암이라는 난제
혈액암에서의 성과는 이미 임상으로 증명되고 있지만, 고형암 — 실질적으로 전체 암의 약 90%를 차지하는 — 은 얘기가 다르다 [14].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고형암 세포 표면에 있는 종양 관련 항원(TAA)이 정상 세포에도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CAR-T 세포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공격해 치명적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임상시험에서 심폐 독성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이유다 [1].
둘째, 고형암 주변에는 복잡한 종양 미세환경(TME)이 형성되어 있다. 면역 억제 신호가 강하고 혈관 구조가 비정상적이어서 CAR-T 세포가 종양에 제대로 침투하기 어렵다 [15].
여기에 대한 최근 시도가 흥미롭다. USC 노리스 암 센터 연구팀은 CAR-T 세포가 IL-12와 PD-L1 차단 인자를 융합 단백질로 분비하도록 설계했다. 마우스 전립선암·난소암 모델에서 종양이 수축하면서 전신 독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14]. 또 화학주성 수용체(CXCR2)를 발현하도록 CAR-T 세포를 개조하면 종양 조직으로의 이동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도 있다 [11]. 시카고대 연구팀의 GA1CAR 플랫폼은 항원 인식 부분과 신호 기계를 분리해, 단기 지속 항체 조각(Fab)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여러 종류의 암을 유연하게 표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16].
CAR Treg 세포를 이용해 이식편대숙주병(GVHD) 같은 합병증을 억제하는 시도 역시 진행 중이다 [1].
자가면역 질환 치료 — 기대 이상의 가능성
CAR-T 치료가 자가면역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건 처음엔 직관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암세포를 제거하는 무기를 자가면역에 쓴다는 발상이 낯설었다. 그런데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설득력이 있다.
전신 홍반 루푸스(SLE), 근무력증(Myasthenia Gravis), 류마티스 관절염 등 많은 자가면역 질환의 핵심에는 자가반응성 B 세포가 있다. 이 세포들이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항체를 만들어낸다 [11, 13]. 기존 치료는 광범위 면역억제제로 증상을 관리하는 수준이고, 약을 끊으면 재발이 반복된다 [13]. CAR-T 세포가 이 자가반응성 B 세포를 표적으로 고갈시켜버리면? 이론상 면역 관용이 회복되고 질환이 완해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13, 12].
2025년에는 임상 결과도 쏟아졌다. Bristol Myers Squibb의 Phase 1 Breakfree-1 연구(NCT05869955)에서는 SLE, 전신경화증, 특발성 염증성 근병증 환자 71명에게 CD19 CAR-T(BMS-986353)를 투여한 결과, 평가 가능한 환자의 94%가 만성 면역억제 치료를 중단한 채 유지 상태를 보였다. 대부분의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은 1~2등급으로 경미했다 [12]. 동물 모델과 임상에서 B 세포가 일정 기간 고갈된 후 재출현할 때 주로 나이브(naive, 미경험) B 세포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면역 리셋' 개념을 뒷받침한다 [9].
다만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 후 자가반응성 B 세포가 조직 깊숙이 잔존할 수 있고, 면역억제를 중단했을 때 재발 가능성이 있다 [11]. 장기적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고,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야 진정한 판단이 가능하다.
도전 과제 — 아직 넘어야 할 산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안전성: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다. CAR-T 세포가 급격하게 활성화되면서 과도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 다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10, 11]. 신경 독성(ICANS)도 빼놓을 수 없는 위험 요소다 [12]. 비표적 세포 독성 가능성도 in vivo 방식에서는 더 통제하기 어렵다.
전달 특이성: tLNP가 T 세포 외의 세포에도 결합할 수 있고, 간 친화성이 높은 LNP의 특성상 일부가 간세포로 전달될 수 있다. 간독성 없는 정교한 표적화가 핵심 과제다 [8].
규제 및 제도: in vivo CAR-T는 기존 의약품과 세포치료제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어, 기존 규제 체계에 그대로 맞지 않는다. '치료 시술'에 더 가깝다는 해석도 있어 장기 부작용 모니터링 체계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삽입 돌연변이나 이차 악성종양에 대한 장기 추적 데이터도 필수적이다 [3].
비용과 접근성의 역설: in vivo 방식이 기존 ex vivo보다 비용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되지만, 바이오테크 투자 환경이 악화된 2022년 이후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 [8]. AbbVie의 Capstan Therapeutics 21억 달러 인수, AstraZeneca의 EsoBiotec 인수 같은 대규모 M&A가 이 분야에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7].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Capstan Therapeutics의 CPTX2309(in vivo anti-CD19 tLNP-mRNA)는 2025년 6월 Phase 1 임상을 시작했다 — 자가면역 질환 대상으로, 건강인 자원자에게 안전성·내약성을 평가 중이다. Interius BioTherapeutics의 INT2104는 유럽으로 임상 확장 승인을 받았다 [17]. 중국의 HN2301은 재발성 SLE 환자 대상 용량 증량 연구에서 투여 6시간 만에 B 세포를 완전 고갈시킨 결과가 제시되었다 [8].
mRNA 기반 시스템은 '일시적 발현'이라는 특성 덕분에 자가면역 치료에서 유리하다. 영구적 유전자 삽입 없이 필요한 시기에만 CAR 기능이 작동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반면 암 치료에서는 더 지속적인 발현을 위해 DNA 기반 또는 바이러스 벡터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8].
Discussion: 더 큰 그림 — 면역학의 패러다임 전환
in vivo CAR-T 치료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세포치료의 논리 자체를 뒤집는 시도다. "세포를 꺼내서 고친다"에서 "정보를 보내서 안에서 고치게 한다"로.
이 전환은 사실 코로나19 mRNA 백신이 선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대규모 임상과 배포를 통해 LNP 기반 mRNA 전달 기술의 안전성과 대량 생산 가능성이 입증되었고, 그 기반 위에 CAR-T 연구가 올라타고 있다 [4, 8]. 기술 이전의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최근 연구들은 다방면에서 가속을 보여준다. Pierini 등(2026)은 tLNP와 렌티바이러스 기반 in vivo CAR-T의 비교 분석을 통해 각 플랫폼의 강점과 약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는데, 특히 'mRNA의 일시성 대 DNA의 지속성'이라는 tradeoff가 적응증에 따라 다르게 최적화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8]. Bui 등(2024)의 eBioMedicine 리뷰는 벡터 트로피즘 최적화와 면역원성 관리가 임상 번역의 핵심 병목임을 지적했다 [3].
자가면역 분야에서는 데이터가 더 빠르게 쌓이고 있다. Kong 등(2025)의 Frontiers in Immunology 리뷰는 CAR-T, CAR-Treg, CAAR-T 세포를 자가면역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비교했고, 특히 CAAR-T가 자가반응성 B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면서 일반 면역 기능을 보존하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정리했다 [1]. Wu 등(2025)의 Frontiers in Immunology 리뷰는 CAR-T의 독성 관리 전략과 위험 계층화 모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12].
더 먼 미래를 상상하면, AI와 멀티오믹스(multi-omics)가 결합된 개인화 CAR 설계가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환자의 유전체·전사체·단백질체를 동시에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항원 표적과 CAR 구조를 도출하는 것이다 [8]. 지금은 개념 수준이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현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규제 혁신도 빠질 수 없다. 기존 세포치료제 프레임으로 in vivo CAR-T를 심사하면 개발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 여러 규제 기관이 핵산 전달 의약품에 대한 맞춤형 가이던스를 준비 중이며, 규제 유연성이 높은 시장에서 데이터가 먼저 나올 가능성도 있다 [3]. 이것이 글로벌 의약품 개발의 지형 자체를 바꿀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기술이 성숙하면 "CAR-T는 몇몇 특수 센터에서만 가능한 치료"라는 고정관념이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다. 외래 환자에게, 개발도상국 병원에서, 비용 1/10 이하로 투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꿈이 아니게 될 수 있다. 그 날이 언제 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 적어도 방향은 보인다.
그림 2. 차세대 생체 내(In Vivo) CAR T 세포 생성 기술의 메커니즘 및 기존 방식과의 비교. 전통적인 Ex Vivo 방식의 복잡한 외부 제조 공정(특수 GMP 시설, 수주 단위 소요, 고비용) 대비, 체내 직접 주입을 통한 In Vivo 방식의 간소화된 프로세스(즉시성, 낮은 생산 비용, 외래 투여 가능성) 제시. 표적 지질 나노입자(tLNPs) 및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mRNA/DNA 전달 기전을 통한 체내 CAR T 생성 원리 상술. 고형암 및 루푸스(SLE) 등 자가면역 질환으로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과 표적 특이성 확보 및 사이토카인 분비 증후군(CRS) 모니터링 등 기술적 당면 과제 명시.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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