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한 글자를 고쳤더니 자폐 증상이 사라졌다 — 생체 내 염기교정의 충격적 성과
자폐와 지적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태어난 뒤에 고쳐도 이미 망가진 뇌 기능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2026년 Nature에 발표된 연구가 마우스 실험에서 "그렇다"는 답을 내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말이 늦고, 친구와 어울리기 힘들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뇌 속 DNA의 단 한 글자 오류 때문이라면? 그 글자를 살아있는 뇌 안에서 직접 고칠 수 있다면?
황당하게 들리지만, 상하이 교통대 연구팀이 실제로 해냈다 [1].
스니더스 블록-캄포 증후군 — 이름도 낯선 희귀 질환
CHD3라는 유전자를 들어본 적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망가지면 스니더스 블록-캄포 증후군(SNIBCPS) 이라는 신경발달 장애가 생긴다 [2]. 2018년에야 정식으로 이름이 붙었을 만큼 역사가 짧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환자도 수십 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 증후군의 특징은 뚜렷하다. 지적장애, 자폐 유사 행동, 운동 협응 장애, 말 지연. 얼굴에 특징적인 이형성이 동반되기도 한다 [3]. 그런데 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조금 완화하는 물리치료나 언어치료가 전부다.
왜 CHD3가 중요하냐면, 이 단백질은 크로마틴 리모델링이라는 핵심 과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크로마틴은 DNA가 단백질과 뭉쳐 있는 구조물인데, CHD3는 이 구조를 풀고 조이면서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질지를 조율한다.
CHD3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뇌 발달 과정에서 수많은 유전자의 발현이 삐끗난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행동과 인지 능력에 나타나는 것이다 [4].
"DNA를 자르지 마라" — 염기교정이 뭐가 다른가
CRISPR라는 이름은 이제 꽤 친숙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CRISPR-Cas9의 문제가 있다. 이중나선을 양쪽 다 끊는다. 가위로 종이를 잘라내는 것과 비슷하다. 잘라낸 자리가 다시 붙을 때 예상치 못한 삽입이나 결실이 생긴다. 뇌처럼 복잡한 조직에선 특히 위험하다.
염기교정(Base Editing) 은 다르다. 가위 대신 지우개와 연필에 가깝다. 특정 위치의 DNA 글자 하나를 다른 글자로 바꾸는데, 나선을 자르지 않는다 [1]. David Liu 교수 연구실에서 처음 개발된 이 기술은 세포의 정상적인 복제 기전을 이용해 변환된 염기를 영구적으로 고정시킨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도구는 TeABE라는 새 아데닌 염기교정기다. 'TadA-embedded Adenine Base Editor'의 줄임말로, 비활성화된 TadA 단백질 안에 새로운 TadA 구조를 심어 넣어 RNA 오프타깃을 최소화하면서도 정확도를 높인 버전이다 [1].
- 변환 방식: A·T 염기쌍 → G·C 염기쌍
- 목표 돌연변이: CHD3 유전자의 R1025W 변이 (c.C3073T)
- 핵심 장점: 이중나선 절단 없이 단일 염기만 수정, 의도치 않은 삽입/결실(indel) 최소화
그림 1. Chd3 유전자 교정 기반 마우스 행동 이상 완화 연구의 통합적 실험 설계 및 분석 체계. CRISPR-Cas9과 AAV 분할 전략을 활용한 in vivo 염기 교정 기술로 Chd3 변이 마우스의 유전적 결함을 정밀하게 수정한다. 교정된 모델을 대상으로 표면 정위 및 보행 분석을 통한 운동 기능 회복을 평가하고, 새로운 객체 인식과 초음파 발성 측정을 통해 인지 및 사회적 소통 능력의 개선 여부를 정량적으로 검증하며, 뇌 조직 내 면역조직화학 염색과 세포 수준의 단백질 발현 분석을 통해 유전자 교정의 생물학적 유효성과 치료적 효능을 통계적으로 입증한다.
이중 AAV — 너무 큰 도구를 어떻게 실어 보낼까
TeABE를 뇌에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AAV(아데노 관련 바이러스)는 유전자 치료의 표준 배달부다. 그런데 TeABE는 덩치가 너무 크다. 단일 AAV의 포장 용량을 초과한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중 AAV + 인테인 단백질 스플라이싱 전략을 썼다 [1].
TeABE를 반으로 쪼개 각각 다른 AAV에 실어 보낸다. 두 바이러스가 뇌 세포 안에서 동시에 감염되면, 각각의 조각이 인테인 단백질을 통해 자동으로 이어 붙는다. 레고 블록이 세포 안에서 스스로 조립되는 격이다.
더 놀라운 건 전달 경로다. 꼬리 정맥에 주사하는 것만으로 AAV-PHP.eB 캡시드가 혈뇌장벽을 통과해 피질과 해마 전반에 넓게 퍼졌다 [1]. 두개골을 열 필요가 없다.
마우스가 사회성을 되찾았다
실험 결과는 예상을 웃돌았다.
연구팀은 먼저 인간화 마우스 모델(Chd3hR1025W/+) 을 만들었다. 사람 환자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R1025W 돌연변이를 정확히 재현한 모델이다. 이 마우스는 CHD3 단백질 수준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사회적 상호작용 결함, 인지 기능 저하, 초음파 발성 이상을 보였다 [1]. 사람 환자와 놀랄 만큼 유사한 표현형이었다.
그러고 나서 TeABE를 투여했다.
- 세 방향 사회 상호작용 검사(Three-chamber test): 처치 마우스는 낯선 상대에 대한 사회적 선호 지수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향상됐다.
- 사회적 침입자 검사(Social intruder test): 처치군은 상대와의 상호작용 시간이 늘었고, 사회적 친숙함과 새로움 인식 능력이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 보행 분석: 뒷다리 각도, 보폭 간격 등 운동 협응 지표가 야생형 수준에 근접했다.
- 신물체 인식 검사: 인지 기능 개선이 확인됐다.
CHD3 단백질 수준 역시 피질과 해마 전반에서 회복됐다. 흥미로운 건 L1024P라는 '방관자 편집(bystander edit)'이 발생했는데도 CHD3 기능에 추가 손상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1]. 이는 TeABE의 정밀도가 임상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영장류까지 — 임상으로 가는 길
마우스 결과만으로는 임상 적용을 논하기 이르다.
연구팀은 비인간 영장류(NHP) 에서 척수강 내 주사(intrathecal delivery)로 AAV9 벡터를 전달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광범위한 신경 세포 형질도입과 TeABE 재결합이 확인됐다 [1].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에서도 기술이 작동한다는 증거다.
이미 임상시험도 시작됐다. 신화 병원(상하이 교통대 의학원 부속)에서는 CHD3 R1025W 돌연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단일 척수강 내 주사 방식의 이중 AAV 기반 염기교정기 안전성·초기 유효성 연구가 진행 중이다 [5].
오프타깃은 괜찮은가
유전자 편집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의도하지 않은 곳을 건드리는 '오프타깃'이다.
연구팀은 신경아세포종(Neuro-2a) 세포에서 GUIDE-seq를 이용해 네 개의 오프타깃 후보 위치를 식별하고, 생체 내 전달 후 심층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했다. 처치 마우스의 여러 뇌 영역에서 오프타깃 편집 빈도는 1% 미만이었다 [1]. 정확성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검증됐다.
물론 이게 인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 뇌는 훨씬 복잡하고, 면역반응이나 개인마다 다른 유전적 배경이 변수가 된다.
논의 — 이 연구가 더 크게 말하는 것
출생 이후 뇌에서 유전자를 교정해도 행동이 바뀐다. 이 사실이 말하는 건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다. 신경발달 장애는 고정된 운명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발달 신경과학의 오래된 논쟁이 있다. 뇌 발달 과정에서 특정 결함이 생기면, 그 이후에 유전자를 고쳐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 이른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 논쟁이다. 이번 연구는 적어도 CHD3 관련 표현형에서 그 고정관념에 균열을 냈다 [1]. 출생 후 교정이 행동 수준에서 의미 있는 역전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마우스와 사람의 뇌는 얼마나 다른가. PHP.eB 캡시드는 마우스에서 혈뇌장벽을 효율적으로 통과했지만, 사람에서의 전신 투여 효율은 아직 불분명하다 [6]. 비인간 영장류에서 척수강 내 주사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신 투여가 인간에게 동일하게 통할지, 면역계가 AAV를 공격하지 않을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다 [6, 7].
편집 효율도 짚어봐야 한다. 뇌 전반에서 약 10~15%의 편집율이 관찰됐는데, 이게 행동 수준의 회복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 수치가 더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개인마다 편집 효율이 다르다면? 임상에서 허용 가능한 최소 편집율이 어디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크로마틴 리모델링 유전자 치료 전략이 다른 증후군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CHD3 외에도 CHD4, CHD7, CHD8 등 CHD 단백질 패밀리 전체가 비슷한 신경발달 표현형과 연결돼 있다 [8]. 이번 TeABE 프레임워크가 그 전부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지만, 각 유전자마다 PAM 서열, 편집 창, 오프타깃 프로파일이 달라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가장 넓은 맥락에서 보면, AAV 기반 유전자 치료 분야 전체가 지금 임계점을 넘고 있다. 2025년 현재 343개의 AAV 임상시험이 등록돼 있으며, 중추신경계(CNS)가 전체 치료 표적의 21%를 차지한다 [7]. 이 중 대부분이 초기 단계이고, 상업화에 도달한 것은 극소수다. SNIBCPS 관련 임상이 어떤 경로를 밟느냐는, 더 넓은 희귀 신경발달 장애 유전자 치료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유전자 하나를 고쳐 사회성이 돌아왔다. 그게 사람에게서도 가능한지, 우리는 이제 막 그 답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림 2. Chd3 염기 편집을 통한 신경발달 장애 유도 마우스의 생체 내 치료 효능 및 작용 기전 분석. R1025W 돌연변이에 의한 CHD3 단백질 불안정성과 염색질 리모델링 기능 저하를 이중 가닥 절단(DSB) 없이 교정하는 정밀 염기 편집 기술을 적용하였다. 치료 결과, 실험군 마우스에서 감소했던 단백질 수치가 정상화되었으며 사회적 상호작용 장애와 보행 패턴 결함이 야생형 수준으로 유의미하게 회복되었음을 통계적으로 확인하였다.
References
[1] Yang, K., Li, W.K., Geng, Y.X. et al. In vivo base editing of Chd3 rescues behavioural abnormalities in mice. Nature (2026). https://doi.org/10.1038/s41586-026-10113-6
[2] Snijders Blok, L., Rousseau, J., Twist, J. et al. CHD3 helicase domain mutations cause a neurodevelopmental syndrome with macrocephaly and impaired speech and language. Nature Communications 9, 4619 (2018). https://doi.org/10.1038/s41467-018-06014-6
[3] Drivas, T.G., Li, D., Nair, D. et al. A second cohort of CHD3 patients expands the molecular mechanisms known to cause Snijders Blok-Campeau syndrome. European Journal of Human Genetics 28, 1422–1431 (2020). https://doi.org/10.1038/s41431-020-0654-4
[4] Chen, L. et al. CHD3-related Snijders Blok-Campeau syndrome with spastic paraplegia, ataxia, and situs inversus. European Journal of Medical Genetics 73, 104988 (2025). https://doi.org/10.1016/j.ejmg.2024.104988
[5] CRISPR Medicine News. Safety, Tolerability and Preliminary Efficacy Study of a Single Intrathecal Injection of the Dual Vector AAV-CHD3-R1025W Base Editor (NCT06860672). https://crisprmedicinenews.com/clinical-trial/snijders-blok-campeau-syndrome-nct06860672/
[6] Kumar, V. et al. Implications of AAV Serotypes in Neurological Disorders: Current Clinical Applications and Challenges. Clinical and Translational Neuroscience 9(3), 32 (2025). https://doi.org/10.3390/ctn9030032
[7] PackGene Biotech. Advances in Cell and Gene Therapy and the Evolving AAV Landscape in 2025 H1. https://www.packgene.com/learning-center/advances-in-cell-and-gene-therapy-and-the-evolving-aav-landscape-in-2025-h1/
[8] Martínez-Monseny, A.F. et al. Snijders Blok–Campeau Syndrome: Description of 20 Additional Individuals with Variants in CHD3 and Literature Review. Genes 14(9), 1664 (2023). https://doi.org/10.3390/genes1409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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